2000년 밀레니엄 시대를 여는 첫 작품으로

[불 꽃] 이 방영되었다. 김수현 드라마의 대부

분이 그러하듯 초반의 부진으로 [김수현 시대가

간 것이 아니냐]라는 말이 다시금 시작되었다.

그러나, 새 드라마가 나올 때마다 [이제 김수현

은 갔다] [역시 김수현이다] 를 지금까지 몇 십

년동안 기자들이 지겹도록 되풀이하고 있다는

것도 재미있는 사실이다. 10회를 넘어서면서

20%를 넘기 시작한 시청률은 20회를 넘어서면

서 30%대로 넘어섰지만 시청자들은 [청춘

의 덫] 에서 보여준 윤희의 처절함을 불꽃에서

도 지나치게 기대했던 탓일까. 인기는 있었지만

청춘 덫에서 다소 미치지 못했던 것 같다.

같은 해 11월,  특집 드라마 [은사시 나무]

방영되었다. 시대의 추이에 따라 가볍고 말초적

으로 변해 가고 있는 드라마가 많은 가운데 보

기 드문 수작으로 손꼽혔다. 은사시나무` 에는

조연도 없고 주연도 없었다. 모든 인물이 자신

이 서 있는 상황에서 대사를 던지고 받으며 고

향집에서 하룻밤을 보낼 뿐이다.

재미있는 것은 누구와 누구의 대화냐에 따라 갈

등의 양상이 크게 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런

갈등을 통해 쏟아져 나오는 다양한 삶의 편린들

이 드라마의 깊이를 더했다. 그러는 가운데에서

도 끊이지 않고 이어지는 극적 긴장감은 김수현

의 저력을 실감케했다.

 

2001년의 휴식기를 거쳐 2002년 다시 홈 드라마 KBS  [내사랑 누굴까] 를 집필했다.

KBS 와의 징크스 탓으로 돌려야 할까. 방영초기부터 여러 가지 문제에 부딪혀야 했다.

당시 타 방송사에서 방영되고 있는 작품이 [사랑이 뭐길래]와 시납과 설정, 전개가 아주 흡사해서

[표절 시비]를 하게 되었고, 표절문화를 근절한다는 강력한 의지로 소송까지 불사하게 되었다. 그

와 더불어 드라마의 중심축인 두 연기자의 스캔들은 드라마 내용과는 하등 상관없이 드라마를 비

난에 빠지게 했다.  [가족 드라마] 인 점이 오히려 나쁘게 작용하여 드라마 자체를 스캔들에 빠지

게 했다. 출연자와 드라마상의 배역이 어울리지 않는 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내사랑 누굴까]가 방

영되기 바로 직전 프로그램의 저조한 시청률로, [내사랑 누굴까] 는 온전히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만 하는 어려움마저 있었다.  이러한 여러가지 이유로, 초반 부진을 면치 못했지만, 중반부에 들어

서면서 윤식(윤다훈분)과 지연(이승연분)이 화해하는 과정이 진행될 때 즈음, 드라마는 탄력을 받

기 시작했다.

애초 추석 전까지 방영되기로 되어있었지만 인기가 몰리기 시작한 프로그램을 KBS 가 그냥 놓아

줄 리가 없었다. 결국, 12월까지 연장방송을 결정했고, 여러 비난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들 뿐만

아니라 중년의 주인공들까지도 모두 제 짝을 모두 찾았고 드라마는 유쾌하게 끝이 났다. 그러나 드

라마 초반의 악재가 아무 죄없는 드라마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은 상당히 안타까운 일이었다.

[내 사랑 누굴까]는 30%가 넘는 시청률로 끝맺음을 했고, 그것은 특히 폭력·불륜등 자극적 소재가

넘치는 안방극장에서 정통 홈드라마로 거둔 성적이어서 주목될 만한 일이었다.

 

2003년 가을,

추석 특집 드라마 KBS [혼수] 가 방영되었다.

[혼수]는 특집 프로그램 중 16.8%의 시청률로 1위를 차지했다. 3시간동안 1,2,3부가 내리 방영되

었지만, 한 순간의 지루함도 없이 특유의 놀라운 흡인력으로 시청자들을 늦은 시간까지 잠들지

못하게 했다.

[혼수]는 두 집안의 혼수로 인한

갈등을 여과없이 보여줌으로서

물질로 인해 피폐해진 우리의 정

신적 문화를 되새기고, 결혼의

진정한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뛰어난 작품이었다.

 

집을 떠난 정일(김정현분)의 뒷모습으로 마무리된 마지막 장면은 상투적 해피엔딩을 기대했던 시

청자들의 예상을 보기 좋게 뒤엎었지만 그것은 시청자들 자신에게 [생각의 시간과 여운] 을 충분

히 부여하는 김수현의 극적 마무리였고, 시청자들은 [혼수] 라는 드라마에 높은 점수를 아끼지 않

았다.

 

그리고 10월. 4일.  [완전한 사랑]이 첫방영되었다.

완전한 사랑은 주말마다 어김없이 시청자들을 목놓아 울게했고, 아름답고 절실한 두 남녀의 사랑

에 시청자들은 울 준비를 하고 주말저녁을 맞이해야 했다. 김수현 특유의 날카로운 대사는 완전한

사랑에서도 유감없이 발휘되었고, 여주인공이 남긴 인생에 대한 대사는 김수현이 아니면 불가능했

을 삶에 대한 깊은 무게와 성찰을 담은 주옥같은 대사들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두드렸다.

 

시아버지 박희도 회장 (김성원분)과 시어머니 장혜자 여사( 강부자분)의 안방대사와 시누이 박연

우 (박지영분)와 하영애 (김희애분) 사이의 대사는 완전한 사랑의 또다른 묘미기도 했다. 완전한

사랑은 부모 자식간의 사랑, 남녀의 사랑의 애틋함이 그대로 묻어나는 애절하고도 진실한 드라마

였다. 시청자들을 완전한 사랑을 보면서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며 가족의 중요함과 사랑의 본질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완전한 사랑은 여주인공인 하영애가 죽은 뒤, 남편인 박시우가 극도의 스트레스로 인해 돌연사

하고 그의 가족들은 그것도 모른 체 여행을 떠나 비행기 안에서 술잔을 부딪히는 아이러니한

엔딩으로 막을 내린다. 혼수와 마찬가지로 이러한 엔딩에 대한 시청자들의 의견도 분분했다.

그러나 이것은 우리의 일상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神의 짖궂음' 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그만의 엔딩 방식이었고, 그 또한 시청자들에게 각자 스스로 가슴으로 느낄 시간을 주는 것이었다.

 

완전한 사랑은 11회 방영분부터 주말시청율 1위를 고수하며 마지막회까지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그들의 사랑은 너무나 진실하고 애틋한 것이었기에 완전한 사랑의 감동은 우리 가슴속에

서 한참동안은 지워지지 않는 아름다움으로 자리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