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한 사랑의 여운이 남아 있는 가운데  2004년 가을, 우리는 다시 주말 저녁을 기다리게 되었

다.  '좋은 드라마'를 만들어 달라는 KBS 측의 요청도 있었고, “시청률을 신경쓰지 않고 조미료

와 공해 없이 부담없는 드라마를 써보자는 생각에 ‘부모님 전상서’를 기획했다” 며 김희애, 허준

호등 출연배우 전원에게 “시청률은 잊어라. 대신 이 작품에 출연하는 게 창피하지는 않을 것”이라

고 밝힌바 있다. 그의 용단은 시청률이 모든 것을 대변하는 요즘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었으나 바

꿔 말하자면 그가 아니면 결코 할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이렇게 하여 사회적으로 연이은 불경기 속에 메말라만 가던 사람들의 가슴을 촉촉히 적셔줄 '

슬로우 템포' 드라마가 탄생되었다.

10월 16 일 첫 방영된 부모님전 상서는 초스피드적이고 비약이 심한 드라마들 속에서 그야말로

' 슬로우 슬로우 템포' 로 현대의 시청자들에게 다소 익숙하지 않은 템포로 다가갔지만 회가 거븓

되면서부터 시청자들은 중견배우들의 안정된 연기와 젊은 세대들을 조화로움, 거기에 그 특유의

구성력과 색채에 매료되기 시작했고 중, 장년층들 뿐만 아니라 제목에서부터 고리타분함마저

느꼈던 젊은 세대들까지도 점점 흡입되기 시작하며 인기를 더하기 시작했다.

 

인생을 관망하는 듯한 아버지의 모습에서

권위적인 가부장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

으며 큰 성공도, 큰 야망이 깃들어 있지도

않은 다소 빈약하기까지한 설정의, 너무도

평범한 이 가족들은' 사람답게 사는 것 '

과 ' 가족의 소중함' 이 무엇인지를 느끼게

해 주었고, 매회 그들을 보고 있는 것만으

로도 마음이 선해지했다. 아버지가 매

일 자신의 아버지에게 하루 일을 보고하는

듯 일기처럼 써내려가는 <부모님전 상서

>의 나레이션은 부모님을 향한 랑이자,

부모인 스스로를 돌아보게 하는 깊은 감동

이 있었다. 그실제로 이 작품이 시청하면

서 시청자들은 자신의 가족을 다시 한번

굽어보는 계기로 삼았고 자신의 부모님들

을 향한 참회의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부모님전 상서가 방영되던 중,  11월에는  sbs 창사 특집극으로  '홍소장의 가을' 이 방영되었다.

홍소장의 가을'(극본 김수현, 연출 이종수)이 일요일 밤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으며 진한

감동을 일으켰다.

'부모님 전상서'와 SBS 창사특집극 '홍소장의 가을' 1~3부가 14일 동시에 양대 방송사에서 방영되면서 AC닐슨 시청률 조사 결과 시청률 20.8와 20.3%을 기록, 전체 시청률 3위와 공동 4위에 줄줄이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우연의 일치라고는 해도 시청률 톱10 가운데 무려 4건을 한 사람의 드라마가 독차지했다는 것은 전무후무한 일. 특히 3부작 단독 드라마로 단숨에 시청률 상위권을 차지한 '홍소장의 가을'은 최불암과 김혜자라는 중견 배우들을 투톱으로 내세워 가족애와 형제애, 명퇴와 가족 해체 등의 문제를 다뤘는데 많은 시청자들이 진한 감동을 호소하는 소감문이 잇달았다. 방송위원회 산하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 심사위원회에서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으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눈 앞의 물질과 개인의 욕망만이 우선시되는 현실 속에서 우리가 잃어버리고 사는 게 무엇인가"

라는 주제에 충실하게 김수현은 인생에 대한 깊은 성찰을 담은 시각으로 서술해냈고, 명퇴자들의

고통과 어른들의 쳐진 어깨를 이 사회에 소리 높여 토로했다.  그의 탄탄한 구성은 3시간 동안 숨

쉴 틈을 주지 않았으며 시청자들이 극중 인물을 마음껏 돌팔매질하게 했고, 진심으로 그들을 동정

하게 만들었다.  시청자들은 ' 드라마다운 최고의 드라마' 라는 찬사를 보냈고 사람들은 부모님과

명퇴한 이들의 아픔을 다시 한 번 헤아리고 스스로를 반성하는 계기로 삼았음은 물론이다.

 

KBS에서 부모님전 상서가 끝나고 바로 SBS에서 ' 홍소장의 가을' 이 3시간동안 방영되었으니

같은 작가의 드라마가 4시간동안 공중파를 탄 일도 드문 일임에 틀림없다.

 

부모님 전상서는 특별히 자극적인 스토리없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았고  아버지( 송재호분 )가

잠자리에 들기 전에  '부모님전 상서'를 쓰며  읽어내려가는 장면은 시청자들에게 가슴으로 가족

의 사랑과 소중함을 일깨우게 했다.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고 ' 좋은 드라마'를 쓰겠다고 했던 김수

현은 진정으로 시청률을 의식하지 않았었다. 그는 ' 요즘에 이런 재미없는 드라마를 누가 봐'  라

고 했었다. 시청자들의 눈길을 충분히 끌 만한 극적인 소재의 드라마류와는 너무나 판이하게 다른

것이었기에 그 역시도 점점 높아져가는 시청률에 의외라는 생각을 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알고 있었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인성이 무디어져 가고 있음을,

그들은 이 드라마를 통해 마음의 안식을 구했고 평범함 속의 행복과 부모님의 사랑을 재확인했다.

 

 

이외에 이 드라마에서는 성실 ( 김희애분) 과 창수 (허준호분)의 아들로 자폐아를 등장시켜

눈길을 끌기도 했는데, 이에 자폐아의 부모들은 자폐아가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재

촉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한 것이 아닌지 불안해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김수현과 김수현의 드라마

가 사회에 미치는 파장효과를 기대하며 자폐에 대해 이 사회가 인식을 바로해 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드라마를 조심스럽게 지켜보았다. 

 

그러나 그들의 기대가 무엇이었든, 김수현은 자폐아에 대해 특별히 드라마상에서 문제화시키진

않았다. 다만  가족 구성원의 평범한 일원으로 ' 어우러져'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었을 뿐이다. 

이는 완전한 사랑에서 동성애자인 승조역(홍석천분)처럼 김수현은 그 어떤 성향의 사람도, 그 어

떤 장애를 가진 사람도 보통 사람들과 다르지 않는 인격을 존중함과 동시에 그들의 특성 자체를

인정하고 이 사회가 그들을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수용해 주길 바라는 가장 현명한 조력자로서

의 모습을 보여 준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부모님전 상서는 드라마가 전체적으로 침체되었던 이 시기에 유일하게 시청률 20%를 넘는 드라마

였고 30%를 넘기며 시청률 1위를 달리며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50회로 종영예정이었지만

특별한 이 드라마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대단한 것이어서 18회를 연장, 마지막까지 30%를

넘는 시청률을 올리며 68회로 끝을 맺었다.

시청자 게시판에는 종영 후에도 김사의 글이 잇달았다. 특이한 점은 드라마에 대한 감사와 더불어

작가에 대한 감사의 글이 많았다는 것이다. 한없이 마음을 덥혀주었던 드라마, 부모님전 상서가

보듬어 준 사람들의 가슴이 영원히 따뜻함을 잃지 않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