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과 1971년에 발표된 [미워도 다시한번 제3부] [미워도 다시한번 대완결편]의 시나리

오를 쓴 사람이 김수현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몇 안된다. 마지막으로 영화 시나리오

를 쓴 것이 85년이니 많은 세월이 흘렀기도  하거니와 영화에서보다 TV 드라마에서의 그의 진

가가 월등한 것이기에 그의 영화 이야기는 묻혀진 이야기가 되어 버렸다는 것이 맞는 말일 것

이다. 그러나 눈에 익은 작품이 몇 있는 것으로 보아, 그의 시나리오 활동이 빛이 나지 않았던

것은 아닌 듯 하다. 오히려 유명한 감독에, 수상작까지 있는 것으로 보아서는 시나리오 부분에

서도 그 재능을 감출 수는 없었다고 말하는 것이 맞을 듯 하다.

 

 

1968년 김수현의 데뷔작이기도 한 [저 눈밭에 사슴이] 는 그의 각색을 거쳐 영화화됨으로써 영

화 시나리오 데뷔작으로도 기록된다. 이 때 맺어진  정소영 감독과의 인연은 이후,필모그래피

의 절반 이상을 연출했을 정도로 파트너쉽이 강했던 것으로 보여진다. 변장호 감독의 [ 보통

여자] 그리고 박철 수 감독의 [ 어미 ] 등이 대표작으로 손꼽힌다.

 

1985년, [어미]를 마지막으로 김수현은 더 이상 시나리오를 쓰지 않았다.

이후, 실로 오랜만인 2001년, 정소영 감독의 [ 미워도 다시 한 번 2002 ] 를 집필했으나 흥행에

는 실패했다. 최루성 멜러인 원작의 내용을 크게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 원인으로 보여진다.

차라리 김수현식의 [개혁]을 시도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2010 년. 김수현은 [하녀]의 집필을 의뢰받았다. 그러나 대본이 완성되었음에도 불구하

고 김수현의 하녀는 극장에 오르지 못했다. 완성된 시나리오를 받아든 감독은 수정, 보완이 아

니라  흔히 충무로에서 그러하듯 시나리오를  자신의 스타일로 상당부분 개작했기 때문이

다. 그것은 충무로에서는 흔해빠진 일일 지 모르나 그렇다고 해서 용납할 수 있는 일은 아니기

도 하다. 김수현의 하녀가 아니라 감독버젼의 하녀대본을 받아든 김수현은 [ 대본회수 ]를 감

행했고 영화계에 엄청나게 큰 파열음을 내게 되었다. 

 

그것은 홀대받는 시나리오 작가들의 현주소였다. 드라마계가 아닌 영화계에 김수현이 있었다

면 시나리오 작가의 입지는 달라졌을 거라는 말도 공공연하게 나왔다. 

그리하여 [하녀]는 영화가 아닌 시나리오로 남게 되었다.